'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으로 인도된다.2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고등법원은 권 씨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권 씨가 사기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포드고리차 법원 대변인에 따르면 권 씨는 3일 내에 항소할 수 있다. 권 씨의 현지 볍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는 이번 판결이 불법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번 결정은 권 씨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검거된 지 11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또 권 씨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에 싱가포르로 도피한지 22개월 만이다.
지난해 미국 연방 검찰은 권 씨가 테라 블록체인의 안정성에 대해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며 증권 사기, 상품 사기 등 총 8개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테라·루나 폭락 사태 관련 민사 소송에서 권 씨와 테라폼랩스를 증권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한국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2022년 9월 권 씨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권 대표는 한국 송환에는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이 모두 권 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며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 씨를 어느 곳으로 송환할지를 두고 저울질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WSJ은 이번 판결로 권 씨가 다음 달 25일 배심원단 선정으로 시작되는 SEC의 사기 소송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전했다. 권 씨가 미국에 인도되면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경제 사범에 대한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혐의에 대한 형량을 합쳐서 처벌하기 때문에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권 씨는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투자자들에게 400억달러(약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준 주역이다. 권 씨는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계속해서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 혐의를 받는다. 권 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에 싱가포르로 처음 도피한 후 이와 관련된 수사가 본격화되자 9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에 머물렀다. 이후 작년 3월 인접국인 몬테네그로로 넘어와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체포됐다. 당시 권 씨와 함께 체포된 그의 측근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지난 5일 몬테네그로 당국에 의해 한국으로 추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