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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게 끝내게 좀 도와다오" 스크린에 불붙은 존엄사 논쟁

시간:2024-03-29 09:49:16 출처:레인보우웨이브뉴스 작성자:여가 읽기:207次

노인 혐오살인부터 조력자살까지…명작 영화 5편 살펴보니

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을 해결할 가장 손쉬운 방법은 명약관화하다. 젊은이들이 자식 없는 노인들을 죽이는 것이다." 중세 철학 대가 움베르토 에코가 생전인 2011년 1월 10일 남긴 글의 일부다. 천륜을 어기는 불온한 문장처럼 보이지만, 이 글은 한국 사회에서 수년 안에 재조명될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이 에코의 산문집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중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52~56쪽)에서 영감을 얻은 내용을 영화화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이 만들 영화 가제는 '킬링 올드 피플 클럽(Killing Old People Club)', 즉 '노인 죽이기 클럽'이다.

예순이면 죽었던 노인이 이제 아흔까지 사는 시대다. 연금과 사회보조금을 30년 더 가져가는데, 이는 젊은이들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자 미래 세대에 전가될 짐이다. 힘없는 노인은 정부에 의지하고 힘 있는 노인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버틴다. 젊은이들은 갈 곳이 없다. '자기 보존'을 위한 노인과 젊은이들의 쟁투. 에코는 '노인을 죽이는 사회'만이 젊은이들의 대안이 되리라고 봤다.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펼쳐지는 에코의 책은 결국 '오래 사는 것'에 대한 혐오가 21세기 시대정신을 이루리란 끔찍한 예언으로 이해된다.

신생아 울음소리는 멀어져만 가고, 거리와 공원에 노인만 가득해질 미래 사회의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까. 유럽의 유명 총리는 아내와 동반 안락사를 택하고, 변사(變死) 아니면 병사인 죽음의 문턱에서 결국 절반 이상은 호스피스 병동이나 요양병원 침상에서 비참한 생을 마감한다. '과연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가?' 아무도 풀지 못하는 저 난제에 영화계가 먼저 답하기 시작했다. 혐오에 따른 노인 살해, 존엄사의 법적 쟁점, 죽음의 자기결정권, 조력자살, 간병과 죽음의 상관관계를 묻는 영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작품을 전부 다시 보고, 복잡한 심경으로 평점을 매겨봤다. 작품별로 스포일러가 일부 담겨 있다.



현재 극장 상영 중인 일본 영화 '플랜75'는 서정적이고도 도발적인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인 감독 5인과 의기투합해 만든 2019년 옴니버스 영화 '10년'의 다섯 편 중 한 작품을 장편으로 개작했다. '10년 뒤의 일본 사회'를 그린 작품이었는데 그중 '플랜75'는 관객에게 지옥의 창문을 열어 보인다.

일본 노인시설에 잠입한 한 젊은이의 총격 집단사살 그리고 이어지는 자살로 영화는 열린다. "노인이 오래 살면 젊은이들의 재정 부담이 된다. 나의 용기 있는 행동이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노인들을 죽이고 범인이 스스로 죽어버린 것이다. 요양병원 출입 보안검색이 강화되는데도 '노인 혐오' 범죄가 재발하자 일본 정부는 초고령화 특별법 '플랜75'를 제정한다. 75세 이상 노인이 원하면 국가가 죽음을 '논스톱 서비스'하는 정책이었다. 노인들은 비참한 삶 대신 합법적 존엄사를 고민한다.

78세의 호텔 메이드 미치 여사가 주인공이다. 직장 동료들은 그녀처럼 대개 70대 노인이다. 한 동료가 근무 중 쓰러지면서 고령의 메이드들은 집단으로 해고당한다. 하필 임차로 거주하던 원룸은 재건축 때문인지 철거 통보가 내려졌다. 자식도 없고 남편도 없는 미치 여사는 새 월셋집을 구하려 하지만 고정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살려면 '2년 치'를 선불로 내란다. 생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야간 공사장에서 힘없이 경광봉을 흔들던 '내일모레 팔순' 미치 여사는 '플랜75' 신청을 결심한다.

'플랜75' 모집인은 "신청만 하면 장례비 명목으로 10만엔(약 100만원)을 준다"고 설명한다. '합동 플랜'을 선택하면 무상 장례를 치러주기에 푼돈이나마 제대로 한번 써보고 죽는 게 가능하다. 여윳돈이 있는 노인이 선택하는 민간업체의 '프리미엄 플랜'은 초호화 호텔식 식사와 산뜻한 장례를 약속해준다. '플랜75'를 신청했더라도 언제든 포기해도 된다는 점이 영화의 맹점이다. 자, 언제 죽어야 할까? 제75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에서 특별 언급된 작품이다. 평점은 ★★★☆.



프랑수아 오종 감독과 배우 소피 마르소가 만난 영화 '다 잘된 거야'는 가족의 조력자살을 다룬 작품이다. 고령의 아빠 앙드레가 쓰러지고 폐색전증, 혈전, 뇌경색, 동맥류 등으로 몸이 마비된다. 앙드레의 딸 엠마뉘엘은 간병 중에 아빠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끝내고 싶으니 도와다오. 이건 내가 아니야." 엠마뉘엘과 동생 파스칼은 요청을 들은 척도 안 했지만 침상에서 실수를 하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떠나게 도와달라"는 말에 설득된다. 앙드레의 뺨에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이 무겁게 보인다.

프랑스는 안락사가 금지된 국가다. 엠마뉘엘은 스위스 베른의 안락사 단체와 접촉한다. 베른에서의 자살 방식이란 이렇다. 100㎖쯤 되는 죽음의 약물을 안락사 당사자가 '직접 자기 손으로' 삼켜야 한다. '왜 죽으려 하는지'에 대해 직접 영상을 찍어 공증도 받아야 한다. 영화는 유쾌한 정서도 스며 있는데, 세 부녀가 머리를 맞대고 모여 '그래서 언제 죽을지'를 회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빠 앙드레가 심각한 표정으로 "3월 첫째 주"를 간택하나 둘째 딸 파스칼은 "아빠는 그때가 내 생일인 걸 모르느냐?"며 타박한다. 4월 말, 결국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베른으로 떠나기 몇 시간 전, 누군가의 신고로 엠마뉘엘과 파스칼은 경찰 조사를 받는다. 자살방조죄 형량은 '징역 5년'이다. 제74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평점은 ★★★★.



2021년 영화 '완벽한 가족'은 '노팅 힐'의 로저 미첼 감독이 그린 가족극이다. 거실 너머로 바다와 들판이 펼쳐진 꿈결 같은 집. 두 딸의 엄마 릴리와 그녀의 남편 폴은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아왔다. 두 딸 제니퍼와 애나를 비롯해 사위와 손자, 평생의 절친까지 모두 모인 자리를 카메라는 비춘다. 완벽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이들 가족 모습은 전형적인 풍경화 같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하지만 릴리의 가족은 모두 알고 있다. 내일 엄마 릴리가 이 집에서 '자살'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빠 폴은 말한다. "내일 너희들 가면 내가 어떤 약을 잔에 넣어서 엄마한테 줄 거야. 잠이 들고, 난 옆에 있는 거지." 릴리는 퇴행성 질환 통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아왔고, 이제 두 다리로 걷기가 힘들다. 이 죽음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해왔다. 남편과 긴 상의 끝에 그녀는 스스로 존엄하게 죽는 방안에 합의했다. 릴리는 가족과 최고급 와인을 마시고 마리화나를 한 대 피우며 마지막 만찬을 즐긴다.

그러나 '엄마 릴리의 마지막 저녁'은 1시간 만에 엉망이 된다. 둘째 딸 애나가 엄마에게 말 못 했던 갈등이 폭발하고 '엄마 친구' 엘리자베스와 아빠 폴의 밤중 키스를 첫째 딸 제니퍼가 보고야 만 것. 죽음은 통제 불능의 순간으로 치닫는데, 엄마가 삼킬 약물은 테이프도 뜯지 않은 택배박스 안에 있다. 다 보고 나면 먹먹해진다. 평점 ★★★.



죽음의 자기결정권을 다룬 영화로는 2007년작 '씨 인사이드'를 깊이 있게 되짚어볼 만하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주연한 '씨 인사이드'는 미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같은 해 전부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죽음의 걸작'이다. 신부(神父)와의 죽음 논쟁, 장애인 자살의 법적 다툼 그리고 욕망했지만 손 한번 잡는 일이 불가능한 눈앞의 여인과의 사랑을 꾹꾹 눌러 담았다.

목 아래로 전신이 마비된 라몬은 28년째 침대에서 생활해왔다. 형과 형수, 조카는 '노예'가 됐다. 라몬의 신념은 확고하다. "도망갈 수 없고 남들에게 계속 의지할 수도 없을 때 웃음으로 울게 된다. 내가 살려고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지 않는 것처럼 나의 결정도 비판하지 말아다오." 세상은 그런 라몬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납득시키려 한다. 반신불수인 신부는 라몬을 찾아와 "삶을 배제한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라몬은 "자유가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고 맞받아친다. 라몬의 변호인은 법정의 판사에게 "자살을 기도하다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처벌받는 자가 아무도 없는데, 존엄 있게 죽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땐 국가가 국민에게 간섭한다. 생명에 대한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이냐"고 지적한다. TV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라몬은 '죽음의 자유'를 부르짖는데, 법정은 그의 죽음을 거부한다. 라몬은 지인들에게 '범죄 요건을 구성하지 않는 작은 행동들'을 부탁하며 최후를 준비한다. 라몬은 1998년 생을 마감한 스페인의 실존 인물이다. 평점 ★★★★★.



'나를 죽여줘'는 2022년 개봉한 한국 영화로, 캐나다 희곡작가 브래드 프레이저의 연극 '킬 미 나우(Kill Me Now)'를 원작으로 삼는다. 간병과 장애를 다룬 이 작품이 기존 장애 영화와 다른 점은 아픈 자식을 간병하던 아버지가 아들의 원초적 성(性)을 어떻게 해소시킬 것인가의 고민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또 그랬던 아버지가 아들의 장애보다 더 심각한 장애를 얻어 상황이 뒤바뀌는 과정을 포착한다는 점이다.

민석(원작의 제이크)은 '봄으로 흐르는 강'이라는 소설을 낸 작가였지만 아들 현재(조이)의 장애로 집필 활동을 접는다. 민석은 휠체어에 의탁하는 현재가 소변을 보게 하거나 매일 현재의 뒤를 닦아주는 등 모든 간병을 도맡았다. 10대 후반인 아들이 이제 목욕 때마다 발기하는 상황까지 되자, 민석은 꽃집을 운영하는 애인 수원(로빈)과 아들의 마스터베이션을 고민한다. 아들의 성욕을 아버지가 대신 풀어주는 문제를 수원은 오히려 수긍한다. 이건 처참하고 어딘지 모르게 슬프지만, 외면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러던 중 민석에게 장애가 생긴다. 척추질환에 따른 퇴행성 장애였다. 통증은 극심해지지만 해결법이 없다. 미래가 암담해진다. 혼자 남겨지게 될 아들 현재의 미래, 그러나 당장 자신이 당하는 고통의 해결책조차 없는 상황이다. 영화의 비극적 절정은 현재의 고교 졸업식에 참석하려 온 가족이 정장을 차려입고 거실을 나서기 직전 시작되는데 아버지 민석을 연기한 배우 장현성의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제10회 들꽃영화상 극영화감독상 수상작. 평점 ★★★☆.

2012년 제6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무르', 2005년 오스카 4관왕 수상작이자 대중적으로 호평받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도 존엄사를 둘러싼 위대한 질문들이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란 명제를 기억한다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

[김유태 기자]

(책임편집: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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