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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시그널]판결문 하나가 3천쪽…일반인은 읽기도 버겁다

시간:2024-03-28 23:34:11 출처:레인보우웨이브뉴스 작성자:지식 읽기:358次

[법조시그널]판결문 하나가 3천쪽…일반인은 읽기도 버겁다

[법조 시그널은 채널A 법조팀의 온라인 코너입니다. 2분 짜리 방송 리포트에 다 담지 못한 취재 뒷 얘기와 해설을, 때로는 기자의 주관을 담아 전하는 ‘법조 에세이’기도 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얇은 미국 판결문을 들어보이는 모습. 1심 판결문은 간단히 결론만 쓰고, 항소심 판결부터 상세한 해설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제공>


지난 2월15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얇은 서류를 들었습니다.

“제가 판결을 가져왔습니다. 미국 판결은 벌금의 경우에는 이렇게 앞에 한 페이지가 전부입니다. 징역형을 하는 경우에도 양형 기준표에 따르고, 범죄 중요도와 전과 등을 고려해 그 범위 안에서 선고하면 됩니다.”

‘판결문이 짧고 쉬워야 한다’는 건 조 대법원장의 지론입니다. 이미 11년 전인 2013년 대구지방법원 법원장으로 재직했을 때는 쉬운 판결문을 쓰기 위해 토론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난해한 문장이 가득 담긴 수백 쪽 판결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최근엔 3천 쪽이 넘는 판결문도 나왔습니다. 어지간한 책 수십권 분량입니다.

◆양승태 3160쪽, 임종헌 560쪽, 이재용 1천쪽…한번에 보는 건 불가능

<양승태 전 대법원장 판결문은 3160페이지로, 두께가 35cm에 달한다. 똑같이 A4용지 3160장을 쌓아 사진을 촬영했다.>


법원 출입기자로 일한 지 석 달째인 저에게, 판결문은 소중한 자료입니다. 판사들과의 소통 수단이기도 합니다. 국회가 만든 법률을, 어떤 논거로 해석하고 국민에게 적용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달 창구입니다.

하지만 판결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은 여러 기록을 남겼습니다. 1심 구형까지 1677일이 걸렸고, 공판이 290회 열렸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판결문은 3160쪽에 달합니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1심 판결문 역시 560쪽에 달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판결문도 마찬가지로 1천 쪽을 넘겼습니다.두께를 직접 재봤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 판결문 두께는 35cm나 됐습니다.

◆한 문장이 716자…‘전문 용어’보다 긴 문장이 걸림돌



판결문만 길게 쓰는 게 아닙니다. 위 사진은 수년 전, 대법원이 ‘카드사 마일리지 소송’ 결과를 알리면서 낸 보도자료 일부입니다.

무려 716자, 200자 원고지 3.5매 분량이 한 문장입니다. 긴 내용을 끊어서 쓰지 않고 한 문장으로 적다 보니 주어와 술어가 여러 개 들어가고, 가독성을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법률가들은 문장을 해체하는 데 무척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복잡한 문장을 봐도 주어와 술어를 짝짓고 금방 내용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은 복문을 쓰면 주어와 술어를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특히 마침표 없이 쉼표로 문장을 마라톤하듯 이어붙인 문단을 보면, 읽다가 지치기 마련입니다.

조 대법원장의 ‘어려운 판결문’에 대한 고민은 오래됐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대구법원장으로 재직했던 2013년, 법원은 시민 100여 명을 대상으로 판결문 이해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실제 사건 판결문의 일부를 보여준 뒤, 이해가 어려운 사유를 알아본 겁니다.

흔히 전문 지식이 부족해 판결문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설문에 응한 시민 대부분은 ‘문장이 지나치게 긴 만연체’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이밖에 한 문장에 주어와 술어가 여러 개 들어간 ‘복문’, 판단을 미루는 미괄식 문장, 과다한 접속사 사용 등이 걸림돌로 지적됐습니다.

판사들이 어려운 용어를 쓰는 것보다, 길고 복잡한 문장을 쓰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법원에서 기계처럼 읽어치웠던 판결문을 다시 펼쳐봤습니다. 판결문 한 쪽은 분홍색 형광펜으로 그어놓은 대각선으로 빼곡합니다. 그냥 눈으로만 읽어서는 내용 이해가 안 되다보니 의미 단위로 끊어 읽기를 한 흔적입니다. A4 종이 한 면에 마침표가 딱 한 번 등장하는 판결문도 있었습니다. ‘~한 점’, ‘고려할 때’, ‘~하며’, ‘반면’ 등으로 21개의 의미가 담긴 문장을 겹쳐 25줄짜리 한 문장을 만든 겁니다.

◆‘형해화, 다언’… 낯선 어휘 고쳐도 더 어려워지는 판결문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 전경. 조희대 대법원장은 정년 때문에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하고 2027년 퇴임할 예정이다.>


법조인들은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 말을 많이 씁니다.

-증거능력을 ‘형해화’ 시킨다 (의미 없게 만든다)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명백하다)
-경과하다 (지나다)
-경료하다(마치다)
-상병(질병)
-해태하다(게을리 하다)
-망실(잃어버림)

이처럼 전문 용어가 아닌데도, 굳이 어려운 말을 써서 판결문을 읽기 어렵게 만듭니다.

반면 어려운 말을 쉽게 고치겠다고 한 게 더 읽기 난해한 웃지 못할 일도 생깁니다. 다음은 법원에서 실제 개선 어휘로 내놓았던 사례들입니다.

각하 → 청구를 법률상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금치산자 → 거래행위를 할 수 없는 자로 법원에 의하여 지정된 자
법인 → 법률상 권리와 의무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의로 의제된 단체

오히려 간단히 쓸 수 있는 말을, 길게 써서 이해하기 더 어렵게 만든 사례들입니다. 알기 쉬운 판결문을 만들기 위해선 ‘전문용어’를 피하는 게 아니라, 문장을 짧게 쓰고 ‘양’을 줄이는 데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겁니다.

◆법조계에서도 의견 엇갈리는 ‘한 장 판결문’, 진짜 속내는



하지만 법원 내에서도 ‘짧고 명료한 판결문’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립니다. 법원이 불친절한 판결문을 내놓는다고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한 부장판사는 “(판결문이) 별도 사건의 판례로 쓰일 수 있는 만큼 논리 과정을 세세히 풀어 써줘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시한 ‘짧은 판결문’은 1심 판결을 말합니다. 만약 ‘간단한 판결문’을 읽고 승복을 못한다면, 항소심부턴 상세한 내용을 담겠다는 겁니다. 이미 미국 등 해외 법원에서 운용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전합니다.

판결문을 짧게 쓰겠다는 개선안은 법원의 재판지연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판사들의 업무 70% 정도는 자세한 판결문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심 판결문을 간단히 쓴다면, 그만큼 판사 업무를 경감할 수 있다는 겁니다. 판사 수를 늘리는 것은 입법이 뒷받침돼야 하고, 예산도 필요합니다. 소송은 줄어들지 않는데, 예전처럼 판사들이 밤샘 근무를 계속 이어갈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짧은 판결문’을 내놓는 대신 사건 처리를 빨리 하겠다. 이게 조 대원장의 복안입니다. “법관들도 예전과 달리 토요일 일요일, 매일 밤늦게 일하라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걸 존중해야 한다. 길게 쓰지 말고 쉬운 판결문을 쓰면 한달에 5건, 6건도 쓸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취임사에서도 강조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1957년생으로, 2027년 6월이면 정년인 70세가 됩니다. 대법원장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임하는 겁니다. 앞으로 3년 남짓, ‘사람들이 알기 쉬운 판결문을 쓰고, 판사들 업무를 경감하겠다’는 약속이 현실화될 것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책임편집: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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